송선호


송선호: 어느 한국참전용사의 첫사랑


배경설명: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 가게를 할때 있었던 한국전 참전 캐나다용사의 첫사랑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비록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분의 애틋한 사연이 기억에 남아 원고를 보냅니다.

내용:  어느 늦은저녁 백인노인 한분이 가게에 들어왔다. 그리고 첫마디가 한국말로 '안녕! ' 이었다. 노인은 가게에 처음 오는분이었고 제일 싼 담배를 주문했다. 나는 가격이 싼 담배를 권하면서 어디서 '안녕'이란 한국말을 배웠내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노인은 그냥 웃으며 또 오겠다고 하곤 그냥 나가 버렸다. 궁금했다. 노인의 첫인상이 나쁘지 않아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며칠후 다시 노인이 나타났다. 역시 담배를 사러 왔다. 마찬가지로 '안녕' 이라 인사를 하기에 물었다. 그랬더니 노인은 자기가 한국전 참전 용사 라는 것이었다. 반갑고 고마워서 가게에서 파는 커피한잔을 대접했다. 노인은 자주 오겠다며 뒤돌아섰다.

어느덧 6개월이 지나는 동안 노인과 아주 친해졌다. 한가한 어느오후 노인이 담배를 사러 다시 왔다 그리고는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냐는것이었다. 노인이 처음 부탁 하는것이었고 한국전 참전용사 이기에 가능하면 들어 주겠다고 했다.

노인은 한국전 당시에 좋아했던 '순이' 라는 처녀를 찿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난 이야기를 했다. 노인은 한국전 때 평택 근처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당시 19세이던 순이는 키가작고 (약 158센티 가량)  얼굴이 동그랗고 귀엽게 생긴 쳐녀 였다고 한다.(그당시 사랑했던 첫사랑 여인). 사진은 없지만 보면 알수 있다고 했다.  1952년에 19살 이라면 대략 1933년생이며 현재 70이 넘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것이다. 노인에게 그동안 왜 순이를 찾지 않다가 지금 찿느냐고 물어 보았다.

노인은 그동안 한번도 결혼한 적이 없고 돈을 벌면 순이를 데려오려 했는데 별로 돈도 벌지 못하고 세월만 갔다며 그러던중 한국친구인 나를 만나니 순이 생각이나 죽기전에 데려와 같이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노인에게  알아보겠다고 대답을 했지만 너무 힘든 부탁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내가 군대 복무를 평택(공군부대)에서 했기에 평택에 사는분에게  전화를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순이' 라는 할머니를 찿을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주소나 사진이 있으면 찿을수 있겠지만 세월이 50년이 훨씬지난 지금 넒은 평택 땅에서 그리고 그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는데 어떻게  찾느냐고 했다.

그러나 한국전 참전용사라니 마음 상하지 않게 좋게 말씀 드리라고 당부했다. 노인에게 실망하지 않게 어떻게 이야기 할까 생각하니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다. 며칠후 그가 왔다. 나는 '순이' 할머니를 찿았는데 결혼해서 잘살고 있으며  '당신도 행복하게 살라' 고 말하더라고 전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노인은 ' 순이가 결혼해서 잘살고 있다니 다행' 이라면서 어깨가 축처진 모습으로 가게를 나갔다. 일평생 기다린 순이를 볼수없다는 희망이 깨져서 그런지 그이후 무쳑 수척해 보였다.

며칠후  노인이 현충일 행사가 있다며 재향군인 복장으로 가게에 왔다. 그리고 조만간 이사를 간다고 했다. 나는 이사 가기전에 가게에 꼭 들르라고 말했다. 노인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생각하며 뒤져보니 한국인형이 있어 잘 포장해 두었다. 이삼일 지난후 저녁시간에 그가 왔다. 내일 떠난다고 했다. 예쁘게 포장한 한국인형을 주면서 오래오래 잘 살라고 하며 나는 노인을 꼭 안아 주었다. 가게를  나서는 노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이었다.

그눈에는 아직도 잊지 못하는 순이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였다.